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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떼지어 몰려 온 불행




형 술 한잔 합시다. 

반가운 목소리가 폰에서 흘러 나왔다.
과거 **에서 알고 지내던 사업가 K군이었다. 

잠수타고 있는 데서 차로 2시간 정도 거리- 안드로메다시
친구집에 하루 묵을 예정인데
간만에 얼굴이나 같이 보자는 거였다.  

소위 1.5세인 그.  독실한 크리스챤으로 동부 명문대 졸업 후 부모로 부터 물려 받은 사업을 성공적으로 확장해 왔었다. 십여년전, 통속 영화스토리처럼, 하이스쿨 스윗하트였던 벽안의 팔등신 여친을 아내로 맞아 주위를 놀라게 한 기억도 새롭다. 재혼이었는데 이후 둘은 멋진 가정을 이뤘다.   

사업도 그야말로 순풍에 돛단듯 하는 일 마다 승승장구였다, 
마지막 본 3-4년전만해도 그의 앞날은 온통 장미빛인 듯 보였었다.  
 그런데 오늘은 어째 목소리에 영 히마리가 없다.
아예 점점 거의 우는 소릴 한다. 

아니 왜그래?  

형 나 모든게 다 fu**ed up됐어요. 

믿을 수 없다. 그리 잘나가던 그에게 얼마전 부터 엄청난 시련이
겹으로 몰아 닥쳤다는 것이다. 

 Misfortunes never come singly(불행은 몰려 다닌다)라고 하더니...

몰라지게 해쓱해진 얼굴의 K가 술잔을 건네며 뗀 첫 운이었다.                                          그러곤 언더락스 잔의 위스키를 한 입에 털어 넣으며 말을 잇는다.                                     

요새 악운이 겹치고 일이 꼬이기만하니 마치 누군가 나를 골탕먹이려고                               일부러 이러는거 같은 생각이 다 든다니까요.     

늘 웃는 낯에 후광처럼 그를 감싸고 있던 패기와 
자신감은 다 어디로 간걸까.  

지난 월스트릿 터모일turmoil때 커머셜 프로퍼티
투자의 실패로 순식간에 큰 재산을  잃었는데 설상가상으로  
엉뚱한 사건으로 소송에 휘말리면서 사업이 거의 망했단다.  
결국 챕터chapter 일레븐 파산을 고려 할 정도의
일대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것이다.  
그게 다가 아니었다.
아내와의 불화로 요즘 이혼소송 중이란 충격적 소식을 덧붙인다.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몰린거다.  


셋이서 글렌휘딕 한 병을 거진 비우는 동안 K는
그간의 아픈 심사를 하나하나 토로하며 괴로워 한다.  

헷지없이 안일한 투자를 했던 스스로에 대한 자책,
비지니스 플랜과 계약을 그르친 부하직원들의 불성실에 대한 성토,
와이프에 대한 배신감과 애증...의 복잡한 심경. 
급기야,
삶 자체에 대한 근원적 회의까지 ...

-요즘엔 가족 다 쏴 죽이고 자살했다는 뉴스 보면 미친놈이네 하는 생각보다  
저 친구도 얼마나 괴로웠으면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니까요.   

이 친구 이러다 큰 일 저지를 수도 있겠다. 

허나 인생선배로서 딱히 해 줄 말이 없다. 

깊은 절망에 빠진 사람에겐 백약이 무효, 
어떤 위안도  당장 상처받은 마음까지 도달이 쉽지 않을 것이다.  

고작 위로랍시고 

폭풍우 지날때까지 견뎌, 세월이 다 해결해 줄테니...

정도의 말.......변철이도 답답했다. 


다만, 앞에 벌어지는 현상계의 일들은 실은 내 마음이 지어낸 

한편의 일루젼이요 자작극 일 뿐임을 온전히 인식한다면  

즉 아이힘의 PR(직관계시)을 평소 체득체화하고 있는 경우라면  

이런 고난을 만났을때 평정심 회복/유지하기가 보다 용이할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다. 

 

친구여, 힘을 내게.

부디 내일 귀향길 비행기 창으로 지상을 내려다보며 

아이힘의 인사이트 레블레이션을 스스로 현현하는 

역사가 그대 안에 이루어 지기를....

내심 기도하며 아쉬운 석별을 나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