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클라호마와 텍사스 접경에서 일생을 통틀어 처음보는 무시무시한 폭우를 만났다.
그냥 폭우, heavy rain라고 하기엔 단시간에 쏟아진 그 엄청난 물의 양을 표현하기에 부족하다. 버켓으로 들어 붓는 (pouring) 듯한 비?...정도로도 성이 안차고....해서 로변철이 부득이 영어단어 하날 새로 만들었다.
WATER BOMB!
정말 그건 그냥 폭우가 아닌 엄청난 물덩어리의 '물폭탄'이었다.
그때 상황.
초저녁인데 칠흑같은 어둠이 기분 나쁘다. 폭우가 내리다 잠시 멈춘다. 폭풍 직전의 고요.
아주 오래 전 일인데 그때도 대륙횡단 중 이 부근에서 스톰(그때는 주먹만한 우박세례)을 경험했었다. 그때도 폭풍의 눈, 즉 중심부로 들어가기 전 이렇게 30분-1시간 정도의 기분 나쁜 정적이 찾아 왔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 드디어 멀리 지평선 위로 먹구름이 몰려 오기 시작. 근데 그 밑에 천둥 번개가 장난이 아니다. 마치 무슨 나이트크럽 사이키 조명같다. 숨쉴틈없이 연속 다발로 터진다.
드디어 빗방울이 거센 폭우로 변하더니 마침내 달리던 모든 차(주로 화물트럭)들을 세운다. 다들 노상에 그대로 엉거주춤 정차한 상태. 원래 속도제한 80마일인 인터스테 하이웨이에서...폭우로 한치 앞을 볼 수가 없으니 도리가 없다.
우린 추돌 위험때문에 서행이라도 하고 싶었다. 아니면 쇼울더로 차를 빼든가. 헌데 그러고 싶어도 바로 코 앞에 트럭의 비상 등 깜빡이는 것 어렴풋이 보이는 것 말고는 대체 어디가 어딘지 한치도 분간이 안돼니 그냥 그 자리에 선 상태로 물폭탄을 맞은 거다.
어느 정도였냐하면, 차창 위로 나이아가라 폭포가 쏟아져 내리는걸 생각하면 상상이 갈런지....그대는 옆에서 비명을 지르고 짐짓 이런게 대륙횡단의 진정한 재미 중 하나 아니겠어 하며 호기를 부리던 로변철도 '야 이렇게 계속 퍼 부으면 결국 차 지붕이 맥주캔처럼 짜부러져 버리는거 아냐'하는 걱정에 한순간 '차 밑바닥으로 들어가 거기 엎드려 있을까?'하는 황당한 생각까지 나더라는.
아래는 물폭탄 맞기 한두시간 전....즉 로칼 라디오와 구글웨더 어플의 스톰 경보를 개무시하고
그대로 인터스테이트 하이웨이로 들어 서기 직전의 사진.
레스트에어리어에서 우리보다 한발 먼저 출발했는데 나중에 보니 불어난 물에 도로 변으로 쓸려 나갔던 일가족이 탄 RV.
하늘에 심상치 않은 구름이 몰려 오는 중.
이때만 해도 "스노우스톰이나 토네이도도 겪었는데 대평원에 비가 쏟아져 봐야 뭐 얼나마 오겠누" ....우습게 여김. 이로부터 두어시간 후, 과연 지구종말이 드디어 오는건가 생각했을 정도의 무시무시한 물폭탄 세례를 당하게 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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