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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로빈 윌리암스를 보내고




로빈 윌리엄스 Robin Williams가 '자원이환(自願移換)'을 했다는 소식. 

우울을 견디지 못해 샌프란 자택에서 허릿띠로 목을 맸다고 한다.  


젊어서는 어쩐지 그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그가 주연한 영화는 좋았지만.     

아마도 지나치게 정열적인, 혼신의 힘을 다하는 듯한 그의 연기스타일이 왠지 부담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부터 연기에 대한 취향도 바뀌나 보다. 중년 이후 언젠가부터 그의 팬이 되었다.  


비슷하게 오두방정 짐 케리 연기도 그랬다. 연기가 너무 정신 사나워 젊어서는 별로였는데 지금은 견딜만하다.  


자신의 일에 미친 듯이 몰입 중인 인간의 모습보다 더 존경스럽고 아름다운 모습이 있을까? 


이상한 건 나이들어서 롸빈이나 짐 같은 스타일을 좋아하게 된 이유가 젊어서 부담을 느끼던 비호감의 이유 즉 -자연스럼을 너머 열정적으로 캐릭터에 완전몰입하는 연극적 연기-와 같다는 거다. 알다가도 모를 취향의 변덕이다.문득 짠음식을 워낙 싫어했는데 나이들수록 각종 장맛에 중독돼가는 거랑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모른단 생각도 문득 든다. -외부자극에 대한 모든 감각의 촉수들이 노화로 인해 둔해져 가나보다.   


한편 늘 우울중에 시달리던 두사람에 대해 공히, 가끔 뉴스나 연예토크쇼 등을 통해 실제 인간적 면모를 접하면서 더 끌리게 된 점도 있을 것이다....동병상련....그러고보니 키아누 리브스도 그렇고...


하여간, 천재적 연기력을 가진 할리웃의 수퍼스타들, 정도에 차이는 있지만 다들 우울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한다.  고해의 현상계에서 자기분야의 일가를 이룬 사람의 특징 중 하나다. 정상에 오른 자의 마음에는 이른바 '헤도닉 어답테이션'이 일어난다. 희망,목표,도전에의 의지가 있던 그 자리에 공허와 권태가 자라기 시작한다. 재물, 명예, 예술, 학문...어느 분야건 예외없다. 천재적인 사람일 수록 우울의 가능성은 높다.  


목표를 아루지 못한 상황, 정상에 오르기 전에는 아직 희망이 있어 버틴다. 한시적임을 알지만 일단 미칠게 있으니까. 하지만 결국 콘서트는 끝난다. 무대 뒤엔 공허만이 남는다.반짝 환희 뒤에는 어둡고 긴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허탈의 나락....  


언젠가 그가 주연했던 영화에서 '카르페 디엠'-현재에 살라는 라틴어를 세계적으로 유행시킨 사나이. 키팅선생의 입을 빌어 "너의 삶을 독특하게 만들어라(Seize the day boys. Make your lives extraordinary)!"라고 외치던 이. 사람들의 공감을 끌어 냈던 명대사들이 막상 그 자신에겐 한낱 공허한 메아리였단 말인가. 


앞서간 수많은 우울했던 천재들의 리스트에 이름을 추가하며 로빈윌리암스는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났다. 돈과 명예는 결코 행복을 보장하지 못함을 자결로 항변하며.   


▣ 지난 6월, 로빈 윌리암스 자택에서 멀지 않은 샌프란시스코 바닷가를 산책 중인 로변철. 

그의 유해가 이 부근 바다에 뿌려졌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