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기다리는 동안 몰 안 반스앤노블스에 앉아 몇자 끄적이는 중....)
오랜만에 몰에 산보를 하러 왔다. 중심 교차로에 꾸며진 임시 사진관 세트장 앞에 젊은부부들이 저마다 두서너살 정도 꼬마아이들을 데리고 긴 줄을 서 있다. 이스터버니와 사진을 찍어 주려는 거다.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있던 같은 자리다.
다들 알다시피 부활절 토끼와 계란은 다산을 상징하며 고대 태양신 라를 모셨던 이집트와 주이시 토속신앙에서 유래했다 한다.
어디 부활절, 성탄절 그리고 제성절(할로윈)뿐인가. 대부분 서양의 전통과 의례들 그리고 삼위일체론을 중심으로 한 기본교리들의 기원은 거의가 고대 이집트, 로마 그리고 중동여러 민족들의 토속신앙, 주로는 태양신 숭배전통에서 발원했음을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런데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기원이 어떻고 유래가 뭐든 간에 임시 스튜디오를 차린 사진관은 돈만 벌면되니까 말이다. 적지 않은 돈을 내고 아기들에게 예수부활의 의미와 함께 추억의 사진 한장을 남겨 주려는 젊은 엄마,아빠들 중에도 크리스챤들이 꽤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 정말 유래가 기독교적이고 성경적인가 아닌가 그런 걸 따지고 개의할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하긴 잡탕이면 어떻고 원조가 아니면 어떤가. 설렁탕 맛만 좋으면 그만 아닌가...란건지도 모른다.
엄격히 말하자면 골수기독인들에 있어서 이방의 신이란 모두 사탄의 아류고 일가 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교에서 발원한 악신을 모시던 각종 전통과 풍습을 그대로 아니면 약간 모디화이해서 쓰는데 대한 거부감은 일부 깐탈스런 신도들 말고는 별로 없는 듯하다. 갈수록 크리스챤들의 도량이 부처님 마냥 넓어지고 마인드가 유연하게 확장되는 건지도.
위대한 스승 예수를 뜨겁게 흠모하는 1인인 로변철 역시 유래를 따지는 골아픈 그런 생각은 그저 잠시 스쳐 갔을 뿐. 다만 엄청난 덩치의 토끼를 보고 놀라 울상을 짓거나 호기심에 눈을 동그랗게 뜨는 귀여운 꼬마들의 모습을 구경하는 재미에 조만간 손주들 손잡고 저 줄에 서있을 우리부부의 가까운 미래 모습을 떠올리면서 한참을 빙그레 웃음지며 서있었을 뿐이다. 저번 크리스마스때 처럼.
그나 저나 저 큰 가면 뒤집어 쓴 이는 힘 좀 들겠다. 얼마나 받는지 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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