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 벼락맞을 인간이.....하며 기사를 클릭했는데 읽다 보니 잠깐, 오히려 이건 좀 아닌데....하는 생각도 듭니다. 실형으로 징역 6년이라....
회복가능성이 없어 치료를 포기한 팔순의 노모. 그 어머니가 죽을 날만 기다리시며 고통에 몸부림 치는 것을 보다 못해 잠결에 목졸라 살해한 아들. 평생 그는 어머니를 극진히 모신 효자였으며 신앙심이 두터운(교회장로) 모범가장이었다고 합니다. 평생 전과는 커녕 경찰서는 근처에 가 본 적도 없는 사람이었답니다. 자, 우리는 과연 그에게 패륜적 살인자라며 돌을 던질 수 있을까요?
조금은 엉뚱한 상상을 문득 해봅니다.
이제 하늘나라에 계실 그 어머니는 아들을 내려다보며 지금 뭐라고 하실까요?
스스로 살인자가 될 각오를 하고 자신을 저승행 급행열차에 태워 준 아들....그에게 혹시 이렇게 말씀하고 계신건 아닐까요?
"아들아, 그건 네가 나에게 해준 마지막 그리고 최고의 효도였다.
미안하다 고맙다 그리고 사랑한다...."
물론 단 한번 뿐인 생명은 소중하고 존엄한 것입니다. 비록 선한 동기였다해도 안락사, 특히 이 경우같은 적극적이고 즉흥적 안락사에 완전한 면죄부를 줄 수야 없겠지요.
그러나 무조건 생존 시간이 연장된다고 그만큼 생명의 존엄이 지켜지는건 결코 아닐 겁니다. 아니, 무의미한 생명의 지속은 오히려 인간존재의 디그니티dignity를 해 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평소 이런 류의 뉴스가 나올 때 마다 주변 노인분들은 거의 하나같이 이런 말들을 하는 걸 봅니다.
나 혹시 쓰러지면 절대 호흡기 같은 거 부착하지마라, 그냥 죽게 내버려 둬.
사실 필자역시 식구들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호스피스 병동 근무 경험자들에 따르면 막상 그 상황이 닥치면 고통 속에서도 끝까지 삶에 집착을 보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고도 합니다만...
실제 닥치기 전엔 모르겠지요.
하지만 분명한건 근래 필자가 만나 대화를 해 본 적어도 이삽십명의 사람들은 진지하게 이 문제를 물었을때 모두가 거의 같은 생각들을 가지고 있더라는 겁니다.
즉 회복가능성이 전무하고 고통이 심한 경우, 생명연장은 무의미하다. 인공호흡기 달고 고통 당하며 식물인간으로 조금 더 삶을 연장한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냐....
미국사람들 중에는 생명연장장치 주로 호흡기 사용거부를 문서화 해놓거나 그것 만으로 불안해서 Do NoT Resuscitate (DNR) 오더 카드나 뱃지를 늘 소지하고 다니는 노인들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아예 가슴팍에 이런 문신을 한 사람도....
적어도 소극적 안락사에대한 사람들의 생각은 갈수록 관대해져 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인과 한국인의사들 여러명에게 근래 들은 바로는 실제로 소극적 안락사는 전혀 회복가능성이 없으며 환자의 고통이 극심할 때 그리고 환자나 보호자가 간절히 원하는 경우 사실상 암묵적으로 많이들 행해져 오고 있다고 합니다. 문제는 관련법규나 판례입니다. 아직까지 일반평균인의 정서나 법감정을 따라 오지 못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부작용에 대한
우려 때문인 줄은 알지만 뭐 무서워서 장 못담글 수야 없는 거 아닌가요?
개인적으로 로변철은 안락사 잇슈에 대해 보다 급진적인 생각을 가진 편입니다. 소극적 안락사는 말 할 것도 없고 경우에 따라 적극적 유다나시아까지도 허용 또는 정상참작이 되야 된다는 겁니다. 물론 당사자의 명백한 의도, 엄격한 조건 그리고 전문가들에 의한 진중한 절차와 방법이란 전제하에서 말입니다. 적어도 한국도 미국 오레곤주법이나 네덜란드 수준은 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바입니다.
생명의 고귀함을 몰라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인간생명의 존엄성을 마지막까지 망가뜨리지 않기 위해서 필요하다 봅니다.
검사는 이날 피고인에게 '만약 당신 아들이 힘없는 당신 목을 졸랐다면 기분이 어떻겠냐'며 힐책했다고 합니다. (살해동기가 피의자 주장 그대로라는 전제하에) 이는 너무나 가혹하고 적절치 못한 질문이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만약 그런 일이 필자에게 벌어 졌다면 당연히 아들에게 이렇게 말 할 겁니다.
너의 진정한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 고맙다 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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