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에 일어나는 서글픈 변화들
OMG, 눈이 안보인다!
에고, '잘'자가 빠졌네, 눈이 '잘' 안보인다.
하여간 충격이다. 드뎌 노안이 제대로 오는 모양... 물론 아직 일상에 불편이 있는건 아니다. 다만 읽을 때가 문제다. 작은 활자는 뭐든 블러리blurry하게 보인다. 눈을 막 비비고 낫을 때 처럼.
짜증이 난다. 특히 약병에 깨알 프린트는 진짜 못읽겠다. 한번에 몇알먹으란 거야 이거,
에이, 대충 두세알 먹자...이런 적도 있다.
어제 나보다 두어살 위이신 YH 박사님을 운동하다 만났다. 첨 보는 새 뿔테 안경을 쓰고 쓰레드밀에서 뛰고 계셨다. 물으니 자기도 돋보기 자전거를 처음 코에 건게 내나이 무렵 이었다고. "로변철씨도 벌써...그러게 나이엔 장사없다니까요. 더 나빠지 전에 얼른 안경하세요"
하긴 어디 눈 뿐이랴,
내 몸에 일어나는 서글픈 변화들
- 머리에 서리가 내리기 시작한 건 이미 오래
- 두털까진 그렇다해도 콧털, 눈썹까지 빛이 바래는 건 또 뭔지.
- 비가 추적거리는 날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경통이(성은 신씨)하고도
어느새 친구사이가 돼 간다.
- 한때 하드락에 빠져 드럼까지 쳤던 변철오빠아닌가. 근데 언제부턴가
장르불문 음악이 다 소음으로 들리기 시작한지도 꽤 됐다. 클래식 빼곤.
- 옆에 애들은 잘 듣는 하이피치 링톤을 내 귀는 잘 못 듣는다.
- 예쁜 처자가 지나가면 여전히 곁눈질은 한다. 근데......이런 젠장할, 그게
나도 모르게 며느리감으로 저울질 하느라고...다.
한마디로 총체적으로 맛탱이가 가고 있는거다. 그런 마당이니 당연한 수순인 노안 좀 왔다고 뭘그리 놀라나-랄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 눈 맛이 가기 시작하는게 유독 딴데가 시드는 것보다 더 서글프고 충격적인 이유가 나에겐 있다.
어려서부터 시력이 엄청나게 좋았었기 때문이다.
시력 검사를 하면 검안챠트의 맨 밑에 줄을 읽을 정도 였다. 아니, 검사를 위한 글씨 말고, 그 밑, 난외에 깨알같이 프린트 된, 검안챠트 제조사,제작연월일 같은 것 말이다. 그걸 한 눈가리고 읽는 인간은 첨 본다고 했었다.
특히 내 눈은 아주 먼 데 떨어진 물체의 섬세한 부분을 또렷히 볼 수 있었다.독수리의 눈처럼.
한번은 어느 역사선생이 내 이름(필명 로변철 말고 본명)의 성과 본은 본래 조상이 아라비아라고 하여 반 애들이 까르르 웃었던 일이 기억난다. 아라비안? 그럼 사막에 사는 유목민 아닌가. 늘 먼 곳을 보고 살아 시력이 엄청나게 좋다는...아~ 그래서 내 눈이 독수리 눈? 어쨌든 밤하늘의 별도 난 남보다 두세배는 더 보며 살아온지 모른다.
그렇게 성능좋던 내 두눈도 세월에는 당할 재간이 없나보다. 다음주 투두리스트 to do list 에 '안경 맞추기'를 써 넣고나니 좀 서글픈 마음에 넋두리 몇자 끄적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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