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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부부협동으로 '아타보이' 괄약근 수술

도시의 잠수함 아타보이호의 항문, 그 중에도 괄약근에 문제가 생겼다.  

우리의 바퀴달린 집에는 총 세개의 거대한 홀딩탱크가 붙어 있다. 그중 블랙워터(body waste)탱크-고상하게 우리말로 하면 '뒷간에 달린 똥통'의 피스톤식 개폐 밸브에 작동 이상이 생긴 것이다. 연세 탓인지 전부터 사람으로치면 정확히 항문 괄약근 기능의 그 밸브가 유독 너무 뻑뻑하기에 그리스도 발라보고  했었다. 그러나 별 차도가 없었다. 


그러다 그날따라 탱크를 비우기 위해 좀 무리하게 밸브를 잡아 당기자니 그만 핸들 반쪽이 똑 부러져 버린 것이다. 

다행히 밸브가 닫힌 상태에서 부러졌고 탱크는 빈 상태라 훌탱크가 될때까지 1주일-10일 정도는 시간이 있었다. 해서 처음엔 주말쯤 사람불러 천천히 고치려는 생각이었다. 


헌데 자다가 문득 걱정이 된다. 


만약 나중에 훌탱크 상태에서 뻑뻑해진 밸브를 강제로 당기다가 또다시 손잡이의 나머지 반쪽마저 부러져 밸브를 열지 못해 내용물을 수어 sewer 파이프로 비워내지 못한다면? 그 상태로 밑에서 밸브를 열고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OMG....엄청난 양의 쏟아지는 오물을 어디다가 받아가면서 고치지? 물안경에 우산쓰고 작업해야 하나? 생각하니 이건 자칫 내셔날디즈에스터-국가비상사태 선포 시츄에이션이 된다. -혹시 로빈윌리암스가 주연했던 영화 알브이(RV)를 보신 분은 상상이 가실 것..


하여 일단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아타보이 '*꼬'수술 전에는 절대 화장실 못쓴다! 


작은 부품 하나 부러진건데 졸지에 이머전시 상황이 되버린거다. 항문괄약근이란게 이렇게 중요하단 걸 새삼 깨달았다. 


인체란게 그렇다. 잘 작동할때는 고마움을 모르고 무관심하지만 고장 한번 나보면 그 존재의 중요성을 비로소 깨닫게 되는 법. 하여 다음날 10달러하는 밸브 하날 사기 위해 후리웨이로 왕복 2시간 거리 '캠핑월드'에 가야하는 불상사가 벌어졌다.  

 

근데  문제다.  요행이 맞는 부품이 바로  확보됐으니 이제 그냥 교체하면 되지....우습게 생각하고 막상 작업에 들어 가려보니 아뿔사,이거 수술이 그리 간단치가 않아 보인다. 괄약근 교체 자체야 별거 아닌데 작업환경이 완전 장난이 아닌 것이다. 최악이다. 


일단 작업을 하자면 아타보이의 엉덩이 사이로 즉  좁은 컴파트먼트 안으로 상체를 완전 들여 넣어야 한다. 근데 그게 다가 아니다. 그 협소한 공간 안에서 다시 각종 파이프가 연결된, 윗편이 조금 뚫려 있는 판자(판넬) 너머로 머리통을 쑥 들여 넣어야 한다. 그것도 목을 45도 정도 틀면서. 그래야 겨우 시야가 확보돼 그 뒤편에 숨어 있는 밸브의 보울트/넛트 4개를 풀어 새 밸브 괄약근으로 교체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들여다 보아도 내 머리통을 쑤셔 넣기엔 칸막이와 천정사이 틈바구니가 너무 협소하다. 억지로 해골을 밀어 넣으면 코와 귀가 구겨지면서 겨우 들어가긴 갈 것 같다.  근데 자칫 도로 빼지를 못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흔리 말하는 빼도 박도 못하는 그런....다음날 오렌지카운티 브레이킹뉴스에 나올지 모른다. "모토홈 괄약근을 직접 수술하려던 주인, 하체에 목이 끼어 질식사...."  

그러고 다시 후레쉬로 비춰 자세히 보니 어쩐지 판넬 모양이 꼭 길로틴스럽게 생겼다. 

무식하면 용감해야 되는데 난 겁이 났다. 도와주려고 옆에 서 있던 그대에게 포기선언을 했다. 


작업을 하자면 아무래도 먼저 판넬과 파이프들을 다 분해해야겠어. 이건 우리가 하긴 무리야.  플러머를 불러야 할거 같아. 


헌데 그대는 들은척 만척....하더니 갑자기 양손에 연장을 들고 분연히 나선다. 


당신보다 내 어깨와 머리통이 작잖아?  내가 한번 해볼께. 


 

하긴 사이즈만 작고 가늘어 유리한게 아니다. 원래 손재주와 눈썰미도 그대가 나보다 훨 낫다. 

그래도 그렇지 다른 부위도 아니고 냄새나는 이런 더티한 일을 어떻게 연약한 아녀자에게 시킨단 말인가. 


하지만 수리비 좀 아끼려다 고생하지 말고 그냥 사람 부릅시다...하는 남편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듣는 그대. 어어 하는데 어느새 상반신이 차 밑으로 사라져 버렸다.   

▣ 국가비상사태에 분연히 나선 잔다르크의 거룩한 뒤태 


아, 그 후 벌어진 우리 부부의 한시간 넘는 피튀기는 아니 *물 튀기는 사투를 어찌 필설로 다하랴.  좁은 공간에서 목과 팔은 떨어져 나가려 하는데 볼트 하나가 영 안풀려 고생 고생에...괄약근 밸브 내부 양편에 고무 링(개스킷)이 두개가 있는데 이게 제자리에 있어 주질 않고 자꾸 움직여 (이게 제자리에 착 붙은 채로 조여져야 하는데) 또한 얼마나 힘이 들었던지...


에고, 팔다리머리허리어깨야....

중간에 몇번이나 포기하려다 말았는지 모른다.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늙은 아타보이에게 탄력좋은 새 괄약근을 선사한 우리 부부. 

너무 기뻐 대한민국 만세 삼창을 부르려다 말았다는...


그리고 내뱉은 로변철 옹의 한마디. 

잘 얻은 마눌님 한분이 백만대군보다 낫네! 


(사족) 뭐 모토홈 수리도 별거 아니네요...이런 난해한 미션을 성공하고 나니(주로는 그대가 다 했지만) 자신이 생깁니다. 이렇게 둘이서 하나하나 배워가다 보면 앞으로 야전에서 캐러바닝 중 어지간한 문제는 스스로 해결 할 수 있겠다는 자신이 생깁니다.  우리부부의 전천후 트랜스퍼모 모토홈 제작 프로젝트도 언젠가 우리 손으로 직접 제작하고 말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