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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인연

좁은 세상- 쿠벡 3인방과의 재회

좁은 세상, 질긴 인연 

It's a small world!

가도 가도 끝간데 없는 광활한 미국땅. 이 드넓은 아메리카 대륙, 그중에서도 후미진 뉴멕시코의 한 귀퉁이 먼지 풀풀나는 시골동네를 지나다가 우연히 그립던 옛 친구를 만날 확률이 얼마나 될까

▣ 내셔날파크를 돌아본 후 엘파소 가는 길. 뒤에 칼스배드 국립공원의 상징 엘카피탄 바위가 보인다.  

로또당첨까진 아니라도 정말 가능성 희박한 일이리라. . 

그런데 어젯밤 그런 믿기 힘든 일이 우리에게 생겼다. 

그러니까 어제(2015년 1월 8일) 오후, 

엘파소를 떠나 세차와 주유 그리고 LP가스 충전 ...등을 하느라 출발이 늦은거다.  너무 어둡기전 목적지 당도를 위해 부지런히 10번 도로를 달리는데 지평선 너머 흑빛 뭉게구름이 어쩐지 심상치 않았다. 


아니나다를까 우박이 한바탕 쏟아진다.  길바닥도 미끄럽고 바람은 또 어찌나 센지....작년 봄 경험한 무지막지한 황야의 광풍과 폭우....의 트라우마가 도져 문득 겁이 덜컥 난다. 특히 2호차, 유보트를 운전해 뒤를 따르는 겁많은 그대가 걱정돼 무조건 처음 나타나는 마을로 들어가 야박을 하기로 계획 수정. . 

저녁노을이 질 무렵 사인에 이름도 미처 못읽고 어느 허름한 힐리빌리 풍의 작은 타운으로 잠입했다. 

피곤해서 세이프하버 확보 수칙이고 뭐고 그냥 마을 초입의 어느 공터에서 스텔쓰 오버나잇을 할 참이었다. 그런데 그대가 영 주변분위기가 마음에 안든다는 표정이다. (이럴때 우린 "주변 생태계가 불량하다=양호하지 못하다"라고 한다) 

그때 아이폰으로 구글맵을 두드려보던 그대. 갑자기 얼굴이 환해진다. 

"아 가까운데 월포트가 있다!"

아니 이런 촌구석에도? 

해서 다시 시동을 걸고 찾아간 월포트. 
주말이라선지 초저녁부터 많은 RV들이 진을 치고 있다. 유튭강의나 들으며 자려고 와이파이wifi가 강력한 명당자리 확보를 위해 주변을 휘둘러보며 천천히 굴러 가던 바로 그때. 

파킹랏 한귀퉁이에 어쩐지 낯익은 MB스프린터 두대가 나란히 서 있는게 시야에 포착된다.  

어, 혹시? 

아냐...설마... 하려다가 앗! 소리를 질렀다. 

로드트렉 뒤에 장착된 카스터마이즈드 콤보 카고박스와 자전거, 그 옆에 눈에 익은 흰색의 프래져웨이 플라토우...아, 불어로 쓰인 쿠벡 번호판!  

이럴수가! 정말 그들이었다! 

크리스챤, 조세 그리고 피에르 교수. 늘 지남철 처럼 붙어 다나는 쿠벡 3인방. 
반가움에 나란히 모토홈을 옆에 대놓고 뛰어 내렸다. 마침 창밖을 내다보던 피에르 교수, 나를 발견하고는 화들짝 놀란 표정,  안그래도 큰 눈이 접시만해 진다. 

이어 두 대의 모토홈에서 두 남자와 한 여자가 불어로 오마이갓을 외치며 버선발로 뛰어 나온다. 

What a small world! 

뒤따라 도착한 그대도 소리지르며 뛰어나오고...

한바탕 남북이산가족상봉을 방불케하는 일대 소란이 벌어졌다. 

▣ 일부러 맞춘 것 처럼 같은 MB스프린터 모토홈(컨버젼 매뉴펙쳐러는 각각 로드트렉, 플레져웨이 그리고 리져트레블로 각각이지만 모두 캐나다회사)세대.......가 이제부터 나란히 랠리를 벌이게 되었다. 


이들 후렌치 캐나디언 3인조와는 지난겨울에도 함께 웨스트코스트 캐러버닝과 자전거 라이딩을 했었다. 

그리고 작년 가을 단풍때 그들이 사는 캐나다 쿠벡에 찾아가기로 철석같이 약속을 해놓고 

아이들이 있는 미드웨스트에 여름내 발이 묵이는 바람에 결국 못가서 미안했는데....

이 무슨 질긴 인연의 장난인가, 

관광지도 아닌 깊숙한 오지의 그로써리 마켓 주차장에서, 

이렇게 하늘의 뜻으로 재회, 결국은 작년에 못다했던 캐러버닝을 이어가게 될 줄이야....

▣ 아리조나 BLM(연방정부소유지)에서 서브마린 세대를 삼각형으로 세워 바람을 막고 고기를 굽는 중 

▣ 장난꾸러기 피에르 교수님은 쿠벡의 시골뜨기로 한국에 대해 아는거라곤 '카라데(태권도)키드'가 전부.  

 ▣황야에서 분닥킹(boondock)을 하며 레이크하바수를 거쳐 라스베가스방면으로 항해중

인생은 끝없는 만남과 헤어짐으로 이어지는 긴 여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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