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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변철학

미술기법과 인생해법

천혜의 기후 캘리포냐답지 않은 강한 비바람이 몰아 친 어젯 밤. (하필 모처럼 딸네미가 온 날…)


빗소리+뭔가 밖에서 와장창 날라가는 소리에 오밤 중에 잠이 깼다. 이불 밖으로 손를 뻗어 더듬어 잡은 스마트폰. 유튭에서 미국 영young크리스챤들 사이에서 요즘 뜬다는 아무개 목사님의 설교가 있길래 그냥 들었다.  


이럴때 수면제로는 역시 서몬이 최고. 그런데 들으면서 비몽사몽간에 문득 뇌리에 스쳤던 생각이 아침 결에 다시 떠오르기에 몇자 그냥 끄적여 본다. 뭐냐하면, 


우주와 인생의 의미를 설명하는 각양의 종교와 철학사상을 그 방식과 스타일별로 미술에 있어서 회화기법에 비교하자면 좀 이런거 같기도 하다. 다소는 생뚱맞을 수도 있는 생각이지만. 


소크라테스는 사실화

공자는 정밀묘사 

예수교는 코믹스comics. 

불교-고다마싯달타는 추상화 


소크라테스(를 위시한 서양철학 전반)는 결국 세상원리와 인생근간을 논리와 이론으로 한번 설명해 보자, 즉 임프레셔니즘 impressionism기법으로 인생 사실화를 한번 제대로 그려보려는 부단한 시도였다 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모든 시도는 언어(화법)의 유희 수준을 넘지 못했고 장님 코끼리 다리만지기의 껍데기 묘사에 그쳐 왔지만.   

공자도 그렇다.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수퍼내츄럴 영역은 일단 접어두고 구체적으로 일상에서 어떻게 상호 예를 지키고 덕을 실행하며 자타공영을 이루냐의 현실적 고민과 해결책 찾기였다. 인생 정밀묘사를 추구해 본거다. 


기독교 교리를 만화라 한건 결코 폄하하려는 게 아니다. 다들 부족한 죄인들이니 서로 연민하고 사랑하라는 위대한 스승 예수의 단순하고도 중요한 핵심 가르침을 다양하고 재미난 스토리와 예화로 설명하려는 선조 유대인- 유목민들의 재치에 착안하자면 그렇단 이야기다. 


물론 우매한 중생계도를 위한 전설과 동화를 진짜 리터럴리 사실화로 해석하면서 게다가 자기의 해석만 옳고 나머지는 다 틀렸다고 울타리를 치는 폐쇄성 도그마에 빠지는 식이 된다면 그건 정말 만화를 넘어 '개콘'이 되겠지만. 


천지창조 스토리, 내 안의 선과 악을 캐릭터라이즈해서 묘사하는 의인화기법,  정의의 사도 메시야(황금박쥐, 베트맨, 수퍼맨…)와 사탄(악당, 펭귄이나 조커 , 다크사이드 또는 브레니악 )의 탄생과 대결구도속의 기승전결, 기타 권선징악의 교훈을  담은 다양한 우화들….흔히 수면제로 좋다는 구약성경이지만 그런 관점으로 보면 재미나게 읽혀 지기도 한다.   


불교라는 그림(기독교처럼 나중에 추종자들에 의해 기복적으로 왜곡된 오만잡설 말고 싯달타의 초기원본 가르침)에는 난해하면서도 깊은 의미가 담겨있다. 하지만 그걸 꿰뚫어 두루 이해하려면 여타 기본회화기법들을 두루 마스터해야 비로소 가능하다. 기본적 지능과 집중-몰입력도 필요하고. 피카소는 데생실력도 가히 프로 중 프로였다. 갑자기 처음부터 그런 괴이한 그림을 그린게 아니고.


불교라는 심오한 추상화 세계 속에 담긴, 2,500년전 고다마 싯달타의 혜안과 원본 메시지들이 얼마나 뛰어난가하는 것은 근대 이후 첨단 물리학과 철학, 인간의 심저를 다루는 심리학 실험들이 앞다투어 속속 증명하고 있다. 작금에 서양에서 특히 지식인들 사이에 초기불교(는 거의 힌두사상에 가깝다)의 수트라들과 요가명상등 관련 문화가 갈수록 선풍적으로 어필하고 있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 단순히 추상성이 주는 신비감과 동양적 색다름으로 인한 일시적인 유행만은 아닌 듯 하다.    


●결론: 

로변철의 그림 취향은? 자주 변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듯 하다. 요즘은 추상보다는 임프레셔니즘이지만 만화도 유익하고 정밀묘사도 재미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화법은 달라도 모든 그림이 전하려는 메시지는 결국 매 한가지더라는 것이다. 즉 인간은 스스로를 다스리고 타자를 존중하는 가운데 이화세계를 추구하며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것, 그것이 인두껍을 쓴 모든 존재들의 과제이자 숙명이라는 것. 그리고 그에 역행하면 반드시 고(벌,해)가 닥칠 것이며 순행하면 행(상, 복)이 저절로 주어질 거라는 것. 


▣ 반년 만에 만나는 도터를 마중하러 밤에 LA공항에 가기 전, 낮시간 내내 그대와 둘이서 15번 테마큘라 동쪽의 황야와 BLM (연방정부소유지)지역을 돌아 다녔다. 주기적으로 잠수, 틀어박혀 로변철도 나름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조용한 세이프하버를 찾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