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길 위의 인연

인생에 돈모으는 재미보다 더 재미난 놀이가 있나?


억만장자 유태인, 

워렌 할아버지의 낡은 그라지  


60대 중반의 '뒷태 소녀'-K&K 여사장님 소개로 우연히 알게된 또 한분의 굿사마리탄. 

워렌 벨라이너 할아버지.   

 


언제 은퇴하셨냐는 질문에 대한 그의 대답. 


은퇴? 인생에 돈 모으는 재미보다 더 재미난 놀이가 있나? 매일 매일 일하는게 얼마나 신나는데 은퇴를 왜하나?  


지금도 다양한 사업체와 직함을 가진 워렌 할아버지.  취미로 크래식 앤틱카를 한대씩 사서 모으다 보니 어느새 50대가 넘었단다. 

자네 코리안이라구? 가족을 중시하고 공부고 일이고 아주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지...그래서 난 코리안을 좋아해. 우리 유태인들하고 많이 닮았거든. 하하하


벽에 붙은 포스터를 보니 그 옛날 전통의 자동차매거진 커버스토리로도 소개된 인물이시다. 

근데 이게 웬일. 비싼 골동품 명차들을 마치 폐차들처럼 어두침침하고 허름한 창고건물 안에 꽉꽉 눌러,가득 쟁여 놓았다. 개 중엔 10만불 넘는 앤틱명차들이 허다.... 

타지도 않으시면서 왜 이 비싼 차들을 이렇게 그라지에 쌓아놓고 계신건가요? 


그냥 어려서부터 오래된 차가 좋아서...아직도 희귀한 명차를 보면 지름신이 강림한다네.....하하하


창고의 다른 골동품외에 앤틱카만해도 대충 4백 5십만불어치....매일 와서 먼지만 털어 주는 파출부 아줌마도 보인다. 취미생활 치곤 좀 비싼 취미생활인데 결국 투자의 일환, 돈이 되는 취미다. 역시 유태인.... 


민족 불문 노인네 들은 다 비슷하시다. 우리 부부가 비위 맞추며 맞장구 좀 쳐드렸더니 슬금슬금 자손들 자랑이 시작되더니 도대체 끝나질 않으신다. .


우리 아들 딸들은 동부명문 **대를 나와서 지금 DC 최고 0 로펌의 파트너고,  의사고, 교수고, 영화감독이고. 손자손녀들은 또 공부를 다들 잘해서....블라블라.....


맨손으로 이민와서 이룬 자식농사 자랑....우리 한국 부모님들과 너무도 정서가 비슷.... 


근데 자네 부부는 뭔일을 허나?  뭐라구? 훌타임 트레블러? 그럼 백수? 집시란 말이여? 이 사람아 젊어서 가족을 위해 밤낮없이 열심히 일해 돈! 돈! 돈!을 모아야지 3년째 여행을 다닌다니 그게 시방 뭔 소리여? 자네 정말 코리안 맞아? 



그러면서 노인네가 웨어하우스 귀퉁이에 붙은 작은 오피쓰로 따라 오라고 하신다.


거기서 노인으로부터 인생전반에 대한 훈계를 들으며 흘끔흘끔 구저분한 사무실 내부를 둘러 보았다. 천정 타일에 빗물이 샌 얼룩들. 그 아래 온갖 잡동사니가 여기저기 어지럽게 놓여 있다. 혹시 이 양반도 그 텔레비젼 리얼리티쇼에 자주 등장하는 호더스? ....하다가  


다시보니... 아니다. 잡동사니가 아니다.  대부분 폐품 아닌 희귀한 박물관급 골동품들이다.  어떤건 어지간한 앤틱카 보다도  값이 더 나갈 거 같다.  


아니 워렌 할아버지 이런 귀한 보물들을 왜 이렇게 관리하세요?  전시실을 좀 멋지게 지으시지 그러세요? 


이 사람아, 여기가 어때서? 왜 한푼이라도 헛돈을 낭비하나


자네 나이가 우리 큰아들 하구 같구먼, 언제든 필요하면 오라구. 인도어는 꽉차서 공간이 없지만 아웃도어 -뒷마당에는 언제든지 자네 잠수함 RV를 세워놔도 된다구. 단 세상에 공짜란 없어. 한달에 백불은 내라고....근데 (잠깐 머리를 굴리시다가)... 3개월치를 선납하면 10% 그러니까 30불 깎아 줌세. 


이게 농담이신가 진담이신가를 한참 가늠하다 생각하니 분명 진담일 듯하다.  


아까 들어 올때 본 사무실 입구의 종이사인이 생각나서다. 


"쇼룸 구경값: 두당 5불" 


 다행히 우리에겐 그라지 구경 값 놓고 가란 말은 없으셨다.  당신이 '좋아하는 한국인'이라선지, 아님 깜박하신 건지....


그리고 지금보니 제일 밑에 붙은 사인도 웃긴다. 


"경고-승질 더러운 개 풀어 놨음" 


실은 안에 개도 없으면서  보안장치 비용 아끼시려고 가짜 사인하나로  때우셨다. 



여튼, 단돈 몇불도 허투루 보지 않고 꼼꼼히 챙기시는, 아마도 오늘의 부를 이루는데 단단히 한몫을 했을 노인의 위대한 구두쇠 정신!에 존경이 절로 우러나온다. 우리도 그 방면으론 한가닥하는데 이 분 앞에선 명함도 못내겠다. 



하여간 잘 됐다!  남동부 후로리다에서 오가다 유사시 언제든 오버나잇 정박이 가능한 세이프하버 한군데를 추가 확보했다. 스털링길과 만나는 95번 도로 바로 근처...라 접근성도 최고! 

'길 위의 인연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일에 배가 고프다  (7) 2017.02.21
사이버상에서 맺어지는 끈끈한 인연들  (1) 2016.12.15
내 마음의 홈베이스  (0) 2016.10.06
인간기행  (0) 2016.06.23
미친 이웃-이 인간을 어찌하나  (0) 2016.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