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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바닥생존기법

멀쩡한 집 놔두고 노숙자가 되려는 이유

멀쩡한 집 놔두고 노숙자가 되려는 이유 


요즘은 편안한 RV파크에서 주로 지낸다. 이런 리조트에는 겨울엔 흔히 스노우버드라 불리는 은퇴한 백인노친네들이 대부분이라 어떤 땐 거시기... 좀 너싱홈 같은 분위기다. 


여기서 이러기엔 우린 너무 젊다. 때로 편안함보다는 약간은 어드벤쳐러스한 라이프를 즐기고 싶다. 

해서 장거리 인터스테이트 이동 중에는 일부러 분닥 boondock 즉 BLM등에서의 야생캠핑이나 도심, 거리에서의 홈리스 노숙캠핑을 해보곤 한다. 집시가 된 듯한 무한자유의 홀가분함을 만끽하며...


비단 비용 절약을 위함 만은 아니다. 사실은 싸구려 모텔이나 유료 야영장보다 모토홈을 끌고 노숙하는게 돈이 더 들 수도 있다. 불편하다. 위험하다. 쪽팔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변철이가 주기적으로 베가본드 흉내내며 스텔쓰노숙 stealth camping을 즐기려는 진짜 이유는? 

다음 네가지다. 


1) 수행정진의 한 방편

인간은 심신이 편하면 바로 타락하게 되어 있다. 풍족하고 부유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갑질을 하게 된다. 


하여 내가 인생목표로 삼고 있는 동서고금 위대한 스승들의 가르침을 따른 상행현자를 목표로 한 수행정진의 삶을 위해서는 자발적 곤궁을 통한 자기연마의 시간이 가끔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이 말을 한국말 못하는 우리 애들한테 모지란 영어 억지로 쥐어짜서 설명하니 애들이 게우게우 이해하더니만 이렇게 빠다 냄새나게 바로 잡아 주더라: 

"severe self-discipline and avoidance of all forms of indulgence"


로변철은 또한 이를 중국어로는 自願苦行이라 쓰고 ‘사서 고생'이라 읽는다. 특히 꾀는 좀 부려도 의지가 박약한 편인 변철옵하 같은 사람에게는 더욱 주기적으로 필요한 것이 이런 '사서 고생' 즉 자기학대의 시간이다.  


▣ 어쩐지 이런 이웃들이 나는 편하다. 미래 나의 모습일 수도....


▣ 이 친구, 솔직해서 좋다. 그래서 1불 줬더니 뛸듯이 좋아한다. 


2) 모험여행의 짜릿한 스릴과 재미 

사막이나 오지에서 즐기는 어드벤쳐 캠핑의 스릴, 도시정글에서 즐기는 몰래 노숙의 재미.....는 아는 사람만 안다. 역시 금지된 사과가 더 맛있는 법. 


또 하나...인간은 누구나 안락함을 위해 열심히 일한다고들 한다. 헌데 이상하다. 일단 삶이 안정이 되고나면 일부러 불편(여행, 외도...)을 갈망한다. 힘들여 번 돈 펑펑쓰며 목숨걸고 극지탐험, 산악등반, 험로항해 그리고 딴집살림을 차리는 이들을 보라. 홈리스보다 더 힘들고 위험한 환경에 스스로를 몰아 넣고 싶어 안달을 떠는 것이다. 참 이상한 동물들이다. 그러는 로변철도 그 중 한마리? 


 거리에서 스텔쓰 노숙 중.... 


3)오프라인 소시얼라이징

여행은 거리를 구경하며 스쳐가는 것이다. 노숙은 거리 속으로 들어가 그림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트렁크들고 다니는 여행은 폼은 날지 몰라도 식당, 호탤직원과 나누는 인사가 여행 중 대화의 전부다.  


반면 노숙자는 바로 현지인이 된다. 다양한 로컬사람들과의 깊숙한 만남이 가능하게된다. 속깊은 대화 챤스가 많이 생긴다. 적나라한 그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 당연 그들도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음을 깨닫는다. 이해하니 용서가 된다. 오해와 미움 자리에 연민의 정이 싹튼다. 너와 나는 자동으로 하나가 된다.  


언훅드unhooked 라이프라고 외로울 필요가 없더란 것이다. 아니 오프더그리드의 라이프스타일(live off the grid anywhere)이 붙박이 삶보다 오히려 인드라망의 인간계와 더 다양하고도 끈끈한 정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역설을 홈리스 체험 중 자주 확인하는 바이다. 


▣ 도잠함이 여기저기 항해 중 스쳐 지나간 하룻밤 이웃들. 

 





여기서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지지만, 말 나온 김에.사족.... 


돌뱅이 삶을 살아온 20대 초중반 이후 고수해 온 로변철.  인간관계에 대한 오랜 지론이 있다. 


각종 인연 즉 혈연, 학연, 지연...등등 중 가장 절박하고 중요한 것은? 뜻밖에 '지연'이더라는 것이다. 그것도 옛날 지연은 아무 소용없다. 바로 지금 이 순간 내 옆에 있는 사람이야말로 그 찰라 내 인생에 가장 소중한 사람이다. 내 옆에 그(들)이 나의 부모형제이자 목숨바칠 절친이다. 멀리있는 사촌보다 가까운 이웃...


하여 로변철은 지나간 인연에 연연치 않는다. 또 다가올 인연을 기대하지 않는 편이다. 내가 가장 경멸하는 말 중 하나가 '인맥관리'다. 그리고 계산된 인간관계의 패거리질이다. 각종 인연을 핑계로 한 편가름 즉 '우리가 남이가'로 대변되는 나약한 자들의 치졸한 구루핑이다. 


인종, 국가, 민족, 동향, 동기, 동창 그리고 내 가족, 내 새끼...가 바로 세상을 어지럽히고 소모적 경쟁과 반목으로 인류를 몰아온 주범이었던 것이다. 그런걸 따지는 이들의 심리 바탕은 모두 동일하다. 내편, 우리라는 위선적 구호들로 회칠한 이기적 자기중심주의! 


자동으로 세계평화, 가족, 개인간의 평화를 이루는 간단한 묘방이 있다. 모두가 지금 스치는 중인 현재의 인연에만 집중하고 충실하면 된다. 하여 난 그가 누구건 지금 이 순간 내 옆에 그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려 한다.  춥다면 겉옷은 물론 속옷도 벗어 주련다. 언제나 내 옆에 그와 하룻밤 만리장성 쌓기를 주저하지 않겠다.(설마 여기서 '원나잇스탠드'를 떠올리는 이는 없기를....) 


알고보면 그것이 곧 나를 위하는 최선의 길이며 현상계에서 상행현자로 가기 위한 최적화된 삶의 기본바탕이 하는 중요한 깨달음 중 하나다.  


이에 대해서는 로변철의 등거리인간관계론에서 다시 부연 정리한다.  



4) 프로파겐다, 퍼포먼쓰. 

리스 노숙은 예비작가 로변철이 벌이는 생쑈”이기도 하다. 즉 세상에 전파하려는 것 중 하나인 초단순 청빈의 삶-익스트림 미니멀리즘의 선전계몽을 위한 퍼포먼쓰다. 일찌기 우린 4학년 후반에 사업을 접고 가산을 처분했다. 2009년 수계후 입산 대신 남은 여생을 사명자-프로핏prophet의 삶을 살기로 서원한 로변철이다. 이를 위해 대외적으로 장차 작가라는 직업을 가지려한다. 즉 인스피레이셔날(=motivational)여행작가로의 변신을 시도 중이다. 이렇게 글짓기 연습을 하면서.... 


▣포스트모더니즘 견변(개똥)철학자 로변철의 아방가르드 생쑈!를 기대하시라...(캘리포니아 NPB의 전위예술전시관 입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