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이불삼아 구름을 벼개삼아~
노숙방랑의 길바닥 생활을 시작한지 어언 40개월이 넘어간다.
이제는 어느 정도 유랑생활에 자신이 생긴다.
주위 분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작은 깡통밴 공간 속에서의 삶이 그리 고롭지 만은 않았다.
숟가락 두개 속옷 댓장의 초극단 미니멀라이프...
그런데로 죽을 때까지 계속 이어 갈 수도 있을 듯 하다.
자원고행...
말 그대로 스스로 택한 고난의 행군같은 나날...
하지만 아직은 큰 사업, 큰 집, 고급차....를 유지하기 위한 랫레이쓰rat race- 과거의 어리석은 노예생활로 회귀할 생각이 별로 없다.
여전히 주변에 유혹은 끊이지 않는다. 솔직히 가끔 흔들릴 때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이제는 베짱이에서 개미로 돌아 올때가 된거 아니냐고들 한다.
하지만 가까스로 이탈한 '똑똑한 바보들'의 행진 대열로 다시 복귀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베드로후서 2장이든가에 "개가 그 토한 것으로 돌아가고 씻었던 돼지가 도로 더러운데 눕는다..."는 말씀을 상기하며...
지난 달은 8월 1일부터 17일까지 좁디 좁은 깡통밴 RV를 타고 17박 18일을 돌아 다녔다
잠시 돌아보면...
2009년 5월 수계후 일찌기 남은 여생 노숙방랑-길가의 개똥철학자로 살기로 결심한 로변철 부부 ...2010년 들어서며 서서히 다운사이징을 시작했었던 거 같다.
일단 침실/화장실이 5개였던 3층 호변목가를 팔고 이웃 타운홈으로 옮겼다.
옮긴 집도 뒷마당이 호수로 연결된 3베드 3베쓰의 결코 작지 않은 공간이었지만
처음엔 얼마나 좁고 답답하게 느껴지던지.
그래 다시 다운타운의 오래된 집, 싱글훼밀리홈으로 옮겼다가 마침내 정착민의 붙박이 생활을 마감한게 지난 2014년 3월. 막내인 아들이 출가하는 같은 날 집을 클로징하고 모든 채무를 없에고 재산을 ETF를
비롯한 스탁과 기타 깊숙한데 분산했다.
진작에 출항전 6개월에 걸쳐서는 몇 트럭분의 가재도구를 정리했다. 남은 것은 전부 셀베이션아미에 기증.
당시 시내버스공간 정도의 잠수함(클레스A 모토홈)으로 세간살이를 옮기면서 과연 이런 라이프스타일을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내심 걱정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미국시골에서 거실이 운동장 만한 호변목가에 살다가..
.
처음엔 클라우스트로포비아claustrophobia가 생길 지경의 요런 깡통 속 같은 공간에 적응하려면
한동안 힘들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빨리 적응이 되었다.
샤워, 취사, 응까...처음 몇번은 좁아서 여기저기 부딪히고 답답하고...하지만 며칠 안가 집과 생활에 별 차이를 못느끼게 되는게 신기했다. 다소의 협소함을 감내해야하는 대신 청소관리가 간편하다는 보상도 있다.
그 후 단순 미니멀에서 초극단 미니멀로 한단계 더 나아가게 된 계기는 캐나디언 로드트렉팀과 어울리면서 생겼다. 클레스B-불과 19.5피트 캠퍼밴에서도 장기노숙 생활이 가능함을 알았다.
처음엔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는데...얼마안가 굳이 커다란 잠수함을 끌고 다닐 필요가 없다고 느끼게 되었다.
이후 잠수함 뒤에 끌고 다니던 지프를 없애고 대신 (로변공화국 프로젝을 위해) 용도별로 항상 2대에서 3대의 잠수함을 보유하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다.
로컬 이동용 잠수정-유보트(MB스프린터 베이스 모토코치)로 한동안 돌아 다니다가 베이스캠프의 와이드바디 잠수함 "진리탐구호(Sunseeker)"로 돌아오면 대궐궁전에 들어온 느낌이다. 참으로 간사한 인간의 마음.
역시 모든 건 상대적, 생각하기 나름인 것이다.
문제는 눈높이와 기준을 어디에 잡느냐다. 그리고 그 기준은 주어진 외적조건이 아니라, 제도가 아니라, 타자의 시선이 아니라...바로 내 자신(내안의 그분)이 정한다. 결국 천당과 지옥은 엿장사 맘대로인 것이다.
알고보면 이는 동서고금 모든 현자들의 공통된 가르침이다. 나아가 고다마싯달타의 일체유심조, 신의 아들이라 불린, 나이 30에 대중선동과 마켓팅의 귀재로 거듭난 유대청년 지저스의 '태산을 움직이는 마음의 신념'....이게 다 같은 소리가 아니고 무어냐...
그대도 날이 갈수록 길바닥 노숙방랑 생존방식에 도가 터간다. 이젠 어디다 던져놔도 살 수 있을 거 같다.
지난 8월달은 베이스캠프(아트러브)를 떠나 17박 18일간 총연장 4천 5백마일을 싸돌아 다녔다. 비바람 천둥번개로 날씨가 나빠서 하루종일 로변에 정박 잠수하는 일도 잦았다.
하지만 이력이 났나보다. 바퀴달린 토굴에 갇혀 며칠을 지내도 생활 공간이 좁다, 답답하다는 느낌은 이제 거의 없다.
이날도 궂은 날씨로 콜로라도 깊은 산속에 갇혔다. 하지만 안에서 샤워도 하고 평소 할 짓거리는 다하니 불편이 없다.
교도소에서도 형벌방 크기-본적은 없지만-의 좁은 공간...이지만
마음먹기 따라서는 얼마든 운동도 하고,
동물원 우리안의 북극곰처럼 왔다리갔다리 산책(?)도 하면서 즐겁게 지낼 수 있다....
요즘은 육류를 줄이고 다시 생쌀, 채소 등 생식으로 1일 2식을 시도 중....
이 대목, 중요하니까 다시 반복한다.(어린 학생들은 시험에 잘 출제되니 밑줄 칠 것!)
행불행/만족불만족/나쁜뇬놈좋은뇬놈/천국지옥....은 다른사람이나 외부 환경, 조건의 차이에 의해서가 아니라 나의 주관적 인식이 결정한다...
내 나이 지천명을 넘긴 이후 하루에도 열번 넘게 느끼는, 새삼스런 깨달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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