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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변철학

권태야 고맙다

내 평생 친구긴 하지만 이런 놈도 친구라 할 수 있나, 

이름하여 권태. . 

이 빌어먹을 놈은 평생 내 뒤를 따라다닌다. 


이 자식의 특징은 외부조건과 상황은 따지지 않는다는거.  

다만 시간 만을 재고 따진다.  


그러니까 

염원하던 외부조건의 충족, 여건의 변화, 갈망한던 목표달성...의 만족감, 행복감은 

예외없이 일정 시간이 지나면 


그 열기, 흥분, 당도가 시간에 반비례로 떨어지게 된다는 거다. 

돌아보면 권태의 출현은 예외없고 어김없었다. 


심리학에서 이런 현상을 '헤도닉 어답테이션' (=hedonic treadmill)이라고 

부른다던가.  


갈구하던 스포츠카는 소유 후 한달 정도, 

멋진 전원주택, 대학입학, 좋은 직장 취직, 

국회의원 당선의 기쁨...은 삼사개월, 

불타는 사랑, 멋진 상대도 길어야 3~6개월....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슬슬 김이 빠지고 심드렁, 


인간의 마음은 애초에 그렇게 프로그램되어 있다는 거다. 

바꿀 수 없다. 그래서 인간이고. 


어디서 무얼하건 일정 시간이 흐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권태란 놈.

 


이럴땐 가능한 빨리 튀어야 한다. 

잘못 오래 개기다간 이놈이 더 지독한 악질 친구들을 떼로 불러 들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우울이, 강박이, 염세...


바로 40대 중후반-갱년기 내분비 홀몬의 오작동을 틈타 

떼거지로 몰려 왔던, 나를 요단강으로 등떠밀었던 바로 그 놈들이다. 


고약한 놈들이지만 

아냐, 

한편 생각해보면 고마운 놈들인지도 모른다. 


한번의 만족, 성취가 영원히 이어지기를우리는 갈망한다. 

하지만 날마다 천국은 있을 수도 없지만 있어서도 안된다. 


녀석들이 조장하는 헤도닉 어답테이션이 없다면 

우리 삶에 새로운 변화와 다양한 진보의 역동성이 사라질 것이다. 

영원한 낙원은 정체된 지옥의 다른 이름일 수 밖에 없다. 옥시모란의 벽에 부딪히게 된다.  



잊지 않고 또 쫓아온 권태와 그 패거리들. 

밉지만 미울 수 만은 없는 건 그래서다.


나를 갈구고 괴롭히는 자가 더욱 나의 부처이고 스승임과 같은 이치다 


놈들의 성화에 견디다 못해 

슬슬 다시 구글맵을 들여다 보기 시작한다.   



날씨, 풍광, 주거환경...미국 아니 세계에서 이 보다 좋은데 없다지만 

야자수 아래 띵까 띵까가 좀 너무 길었다. 놈들이 몰려 올때가 지나고도 남았다. 



자, 몰려오는 권태와 그 친구놈들을 피해 이제 다음 행선지는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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