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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집나가면 개고생인데

해외여행이 처음 자유화되었던 우리 20대때 

'똑순이 손잡고' 대충 30~40여개 나라를 돌아 다닌 때가 있었다. 

히피스타일의 백팩킹, 

복스바겐 캐러버닝, 

유레일기차여행.

폼나게 트렁크 들고 비행기여행...을 두루 섞어서....


그때만 해도 아직 해외여행이 지금처럼 일반화되지 않았을 때라 주위에서 여행가란 호칭을 붙여 줬다. 

그 바람에 여행에 대한 책을 출판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날.

문득 여행/관광이란 행위에 대한 권태와 회의가 왔다. 수십년 고집하던 가죽잠바, 청바지 패션이 어느순간 갑자기 추리~하게 느껴졌듯이. 

내가 지금 뭔 짓을 하고 있는거지? 
지역간 "공간이동"에 너무 과분한 가치를 부여해 온 건 아닌가?
여행- 정녕 내 인생에 남는 장사일까? 

아름다운 경치, 길위의 인연, 신기한 풍물....다 좋다만 

그것을 위한 그 엄청난 시간/경비/에너지의 소비를 생각하면 말이다. 


투자 대비 이득의 경제원리를 떠나서도 그렇다. 

인생에 여행보다 더 중요한 일, 더 시급한 일, 더 가치있는 일들은 얼마든지 많자나?     


얼마전 로변철에게 여행의 정의를 한마디로 묻는 독자에게 문득 튀어나온 데휘니션.   

"개쓸데없이 싸돌아 댕기기"


그리고 작고 단순한 깨달음이 왔다.  

내 나와바리 밖으로의 공간이동도 삶의 연장 선상에서, 다른 모든 일이 그렇듯 균형감각을 상실하면 안된다는. 그리고 그래야만 여행이 주는 반대급부를  극대화 할 수 있다는. 

여튼, 

갈수록 누구나 여행을 노래한다. 걸핏하면 보따리를 싸 훌쩍 떠난다. 


잘 아는 부부가 있다.  골프채들고 정말 틈만나면 정신없이 돌아 다닌다. 

하긴 우리 애들만해도 그렇다. 미국내는 물론 한국, 아프리카, 유럽....20살 초반에 벌써 지구별 어지간한데는 다 돌았다. 

좀 아껴두지 나중에 어쩌려고. 


여행에 대해서는 모두가 예찬 일색이다.  그래도 술권하는 사회보다야 여행권하는 사회가 백번 낫겠지만.   

마치 여행을 안다니면 엄청 불쌍하고 후진 인생이 될거 같은 분위기.... 


이래 저래 사람들은  오늘도 허전한 마음 달래려 무작정 떠나길 반복한다. 

그리고 나도 문화인이 되었다, 스트레스가 좀 풀린거 같다...는 근거없는 착각으로 다음달 날아온 카드 청구서의 빵꾸를 메꾸곤 한다.   


여행의 다른쪽 얼굴- 현실도피, 돈,시간, 에너지의 투자대비 효용과 손실-은 너무 간과되고 있는거 아닌가? 

옛날 미국 처음오니 성공한 교포 중에 20년, 30년 동안 아직 고국방문을 한번 못하고 있단 분들이 부지기 수였다. 요즘은?  마켓에 일용직 젊은이들도 태평양 넘나들기를 밥먹듯한다 . 


시간과 돈, 형편이 된다면야 무슨 문제겠나. 

문제는 형편도 안돼는데 그저 분위기에 편승해  개쓸대없이 돌아다니는 이들이 갈수록 너무 많아지는 것 같아 

해보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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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마치고 나니 사방 옆차기가 날아오는게 느껴진다. 그러는 로변철은? 사돈 남말하나?

하긴 그러네....


근데 아니다. 번지수가 많이 틀렸다. 로변철은 대부분 우릴 만나는 분들이 오해하시듯, 은퇴 후 RV끌고 놀러 다니는, 관광/여행을 즐기는 한량이 아니다. (그랬으면 좋겠지만) 

고달픈 이민생활에 대부분의 생활인들처럼 그럴 여유가 없엇고 지금도 없다.  무엇보다  중년 이후 여행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도 있다. 특히 중년기 사업할때 한동안 구매를 위한 출장여행을 신물나게 다닌 이후 더욱. 

다만 자주 거소를 바꾸는 유목민스러운 라이프스타일을 살다보니 일견 여행자로 착각되어 질 뿐이다. 

쉽게 말해 방랑하는 홈리스나  먹고 살려고 전전하는 화전민을 '여행 다닌다'고 하지는 않지 않는가 말이다.  


그냥 정처없는 여행자를 표방하면 뭔가 있어보이고 멋있겠지만 그건 아니다. 

우린 그냥 자주 이사를 다니고 있을 뿐이다. 

저너머 신기루를 쫓아....


새로 이사 올 동네-다운타운을 돌아 보는 중인 변철옵하.   

오늘 새로 이사간 곳에서 저녁 먹고 산책 나가는 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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