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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엘도라도는 어디에...

(아래, 지난 8월 올린 글인데 이상하게 어디로 다 없어져 버려서 다시 업로드합니다.) 



서둘러 이른 저녁을 마치고 오늘도 어김없이 자전거 라이딩에 나섰다. 해 떨어지기 삼십분 전.

쎈타애나리버 둑방길이 요즘 우리의 단골 라이딩 코스.  

웜업으로 일단 알비팍(RV Park)을 한바퀴 돌고 밖으로 나가려는데 문득 그대가 제안한다.  


이번에는 좀 다른 코스로 가볼까?

루트맵/앱을 보니 멋진 낚시호수가 근방에 있다는 것이다. 

그래? 스마트폰 자료사진을 언뜻보니 야자수 둘러 싸인 호수에 살찐 물고기들이 튀어 오르고 

장난이 아니다. 이거 뭐 파라다이스가 따로 없다. 가보자!


근데 이상하다. 내가 알기로는 그 일대는 바둑판 처럼 사방으로 뻗은 대로의 삭막한 인더스트리얼 지역인데...

이런 오아시스가 숨어 있었다니...의심하면서도 그동안 등잔밑이 어두웠나보다하며 과감히 기수를 돌렸다. 


근데 이런, 강변 자전거 트레일을 벗어나 찻길을 한참 가야 한다. 몇블락 안되는 줄 알았는데 웬걸 꽤 멀다. 

웃고 있지만 힘들고 무서워 죽을 지경.


어느새 해는 꼴깍 넘어가고 어둠 내리는 보행로엔 우리말고 인기척은 커녕 개미새끼 한마리 없다. 하지만 찻길은 퇴근시간이라 '차산차해'. 매연, 소음…속에 서커스단 광대같은 우스꽝스런 자전거를 타는 동양인 중년부부에게 쏟아지는 운전자들의 시선이 따갑다. 하필 오늘따라 헬멧도 안쓰고 물병도 안가져 왔다.   

 

드라이브바이슈팅의 공포마저 엄습한다. 며칠전에도 예서 멀지 않은 밸리 쪽에서 

묻지마 총격으로 여럿이 죽고 다쳤다는데....


헤드라이트 세례 속에 횡단보도를 여럿 건너고 그 무시무시한 91번 후리웨이도 넘고. 

아, '엎어지고 쓰러지며 고지가 바로 저긴데' 마침내 오아시스에 도착했다! 


 

앗, 근데 이게 뭐야, 낚시호수는 무슨 개뿔…우리가 낚였다! 

지상낙원은 어디가고 원자폭탄 맞은 듯 움푹 패인 거대한 구덩이가 흙먼지를 풀풀 날리고 있는게 아닌가. 

목숨걸고 달려 왔는데 이럴 수 있는 거야….완전 사기 당했다!

 

허탈감에 더욱 타오르는 목마름을 달래며 돌아서는 뒤통수에 대고 흉물스런 철조망 너머 흙구덩이가 

약올리며 이죽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인생은 신기루…죽기 살기로 돈, 권력, 명예, 사랑 쫓아 달려가 본들 종국에는 다 이렇게 텅빈 허탈만이 남는거야. 

니들이 꿈꾸는 엘도라도는 지구상 어디에도 없단다.”

하여지간, 요즘 캘리포니아 가뭄이 심하긴 심한 모양이다. 

분명 씨닉뷰(scenic view)라고 했는데…

구글의 철지난 엉터리 정보를 성토하며 분을 삭이는 중인 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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